내 허리에 나사못을 박는다!
안녕하세요. 올바르고 정확한 척추 질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신경외과 척추전문의 502입니다. 척추와 관절 질환들은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수술을 하는 것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의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가장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도저히 이렇게는 못살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심각한 골절이 생겨서 움직일 수 없는 경우, 운동 마비 증세가 있는 경우, 대소변 기능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너무 심하게 아픈 경우 등입니다. 척추에 있어서 대표적인 수술 방법은 단순히 눌려있는 신경을 풀어주기만 하는 척추 신경 감압술과 눌려있는 신경을 풀어주고 인공뼈나 나사못을 이용하여 고정을 해주는 척추 유합술이 있습니다. 우선 척추 신경 감압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감압이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 압력을 감소시킨다는 뜻이고 감압술이란 신경을 누르고 있는 압력을 감소시키는 수술법입니다. 단순 감압술이 필요한 경우는 대개 디스크에 의하여 신경이 눌리거나 혹은 중심관 척추 협착증에 의하여 신경이 압박되는 경우입니다. 신경을 누르고 있는 압력을 풀어주기 위해서 흘러나온 디스크를 제거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신경 감압술과 디스크 제거술을 같이 해준 것입니다. 협착증의 경우에는 척추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두꺼워진 굳은살, 정확하게는 황색 인대(yellow ligament, ligament flavum)를 제거하여 신경을 풀어주게 됩니다. 디스크의 제거나 황색 인대의 제거를 위해서는 척추뼈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우선 척추뼈에 구멍을 뚫어 주어야 합니다. 과거 20-30년 전에는 척추뼈 뒤쪽에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후궁과 극돌기를 모두 제거하고 수술을 했지만, 수술 현미경의 발달과 미세 수술 기구의 발달로 뼈에 구멍을 뚫어주는 정도로도 충분히 신경의 압력을 풀어주는 작업을 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척추 내시경의 발달로 더욱더 세밀하게 신경을 풀어줄 수 있으면서 신경 손상의 위험성은 최소화하고 조직 손상 또한 최소한으로 하는 최소 침습 척추 수술 방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떠한 방법으로든 신경을 풀어주게 되면 원래 있던 증상들은 호전되게 됩니다. 이번에는 척추 유합술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척추 유합술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배를 통해서 하는 방법(anterior lumbar interbody fusion, ALIF), 옆구리를 통해서 하는 방법(direct lumbar interbody fusion, DLIF/oblique lumbar interbody fusion, OLIF), 아주 전통적인 허리 가운데를 통해서 하는 방법(posterior lumbar interbody fusion, PLIF), 허리 중앙에서 약간 옆쪽을 조금만 절개하고 하는 방법(transforaminal lumbar interbody fusion, TLIF) 그리고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유합술(endoscopy-assisted lumbar fusion) 등이 있습니다. 각각의 수술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드리는 것은 전문의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넘어가고, 쉽게 말씀드리자면, 문제가 있는 척추 마디를 신경을 풀어주고 본인뼈 혹은 인공뼈를 이용하여 하나의 뼈로 만들어주어 움직임을 없앰으로써 통증을 호전시키는 수술 방법이 척추 유합 수술입니다. 과거에는 본인 뼈(자가골, autobone)를 이용하는 수술법이 주로 행해졌지만, 골 채취(harvesting) 후 채취 부위 통증이 후유증으로 남기 때문에 요즘에는 대개 동종골(allobone)과 골 보충제인 탈회된 골기질(demineralized bone matrix, DBM), 그리고 유합률을 높이기 위한 뼈형성단백질 (bone morphogenic protein, BMP)을 사용합니다. 이전에는 단순히 뼈만 넣어주는 치료를 했지만 유합률을 높이고 뼈와 뼈사이가 주저앉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디스크를 모두 긁어낸 후 인공뼈틀(cage)을 사용하고 뒤에서 핀으로 고정하는 방법이 현재의 유합술의 정석입니다. 그리고 유합술을 하면서 일반적으로 척추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황색인대나 비후 된 후관절 등을 제거하여 신경의 압박을 같이 해결해 줍니다. 척추 유합술은 일반적으로 많이 진행된 척추 전방 전위증이나 혹은 중심관 및 추간공이 동시에 심하게 좁아져 있는 척추관 협착증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행해지는 수술법입니다. 이 수술을 하고 나면 아무래도 척추뼈 한마디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므로 수술 전에 내가 느끼던 움직임에 비하여 상당한 부분이 제한이 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유합술 이후에는 장애 진단서 발급이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전제 조건은 2마디 이상의 유합술인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수술 이후 제한 사항이 생기기 때문에 이번 글의 초반에 말씀드린 것처럼, 어쩔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 이렇게 불편한 부분이 생긴다는 것을 모두 이해하고 하는 수술입니다. 젊은 분들이야 회복 속도가 빠르지만, 대개 이런 수술을 하는 분들은 고령인 경우가 많아서 수술의 회복 속도도 느리고 뼈가 온전히 붙지 않아서 심한 요통이 잔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므로 수술을 결정할 때는 아무쪼록 현명한 판단을 하셔서 남은 인생이 더 힘들어지지 않도록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나이가 많은 의사분이 과거의 수술법을 사용한다고 무조건 좋지 않은 것이 아니고, 젊은 의사분이 하는 최신 기술법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제 생각에 치료에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의사의 치료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나이가 젊은 편이고 수술 술기가 그렇게 어디 가서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라고 자부합니다. 그렇지만 과연 저 사람에게 어떤 방법이 적절할지 나의 과거의 치료 경험을 토대로 알려주는 것이 수술 술기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은 연배가 높은 의사 선배님에게도 해당되고, 나이가 어린 의사 후배님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신경외과 척추 전문의 502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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