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 어려운 척수 종양
안녕하세요. 올바르고 정확한 척추 질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신경외과 척추전문의 502입니다. 이전의 글에서는 척추에서 발생하는 종양 중에서 척추뼈(vertebrae)에 발생하는 척추 종양(spinal tumors)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 제가 말씀드릴 부분은 뼈가 아닌 척추강(spinal canal) 내에서 발생하는 척수 종양(spinal cord tumors)에 대해서입니다. 전이성 척추 종양(metastatic spinal tumor)을 제외한 원발성 척수 종양(primary spinal cord tumors)에 대해 말씀드릴 것이며 우선 정확한 개념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의학 용어를 그대로만 보자면 척수 종양이라 것은 척수 내부에 생긴(intramedullary) 종양을 의미합니다만, 일반적으로 척추강 내에서 경막 외(epidural), 경막 내 척수 외(intradural extramedullary, IDEM)에 발생하는 종양들도 모두 척수 종양이라고 명명합니다. 사실 척수 종양 중 경막 외부에서 발생하는 종양이 절반 이상(55%)을 차지하는데, 대부분의 종양은 전이성 척수 종양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부분은 경막 내 척수 외, 그리고 척수 내에서 발생하는 척수 종양입니다. 경막 내 척수 외 종양은 전체 척수 종양의 40% 정도를 차지하며 신경외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IDEM tumor"라고 흔하게 불립니다. 가장 흔한 세 가지가 수막종(meningioma), 신경초종(nerve sheath tumor), 종말끈 상의세포종(filum terminale ependymoma)입니다. 종양을 설명하면서 경막(dura)이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경막에 대해 먼저 설명을 드리자면,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막은 세 겹(경막, 연질막, 거미막)이 있습니다. 뇌수막염이라는 질환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수막이라는 것이 뇌를 싸고 있는 막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 중에서 가장 바깥에 해당되는 것이 경막(dura mater)입니다. 이 경막에서 발생하는 종양을 수막종이라고 하며 뇌와 척수 어느 부분에도 생길 수 있기에 뇌에 생기면 뇌수막종, 척수에 생기면 척수 수막종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척수에서 생기는 수막종은 흉추부에서 80% 정도가 발생됩니다. 흉추 신경관 자체가 다른 부위에 비하여 좁고 혈액 공급도 부족하기 때문에, 수막종에 의한 척수 압박은 조기에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는 수술로써 경막을 포함하여 종양의 완전 절제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입니다. 두 번째로 말씀드릴 것은 신경초종입니다. 신경초종은 신경의 표면에서 발생하는 종양으로 원발성 척수 종양에서는 가장 높은 빈도로 발생합니다. 대개 신경근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감각 신경에서 기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경근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초기부터 신경근 증상을 나타내서 추간판 탈출증이나 척추관 협착증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는 수술적 완전 절제가 가장 좋은 방법인데, 대개 발생한 신경 부위와 유착이 심해서 신경근을 같이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신경근을 따라서 광범위하게 생긴 경우에는 척추 외부 연부조직까지 침윤되어 있는 경우들이 있어서 이 부분의 종양까지 가능한 한 많이 제거해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설명드릴 경막 내 척수 외 종양은 종말끈 상의세포종이라는 것입니다. 상의 세포종이 척수에서 생기는 경우 절반 이상이 종말끈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렇게 부릅니다. 조직학적으로는 점액유두성(myxopapillary)이 가장 흔하며 대부분 양성입니다. 그래서 흔히 종말끈 점액유두성 상의세포종(filum terminale myxopapillary ependymoma)이라고 명명합니다. 수술로 완전 절제 된 경우 예후가 가장 좋지만 주변의 신경으로 인해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종양들이 경막 내 척수 외 종양이었으며, 이제 말씀드릴 것들이 진정한 척수 종양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경막 내 척수 내 종양입니다. 신경외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IM tumor"라고 많이 불립니다. 수술이 가장 어려우며, 수술 후의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척수 내 종양이 진단이 되면 거의 재앙에 가깝습니다. 비록 조직학적으로 양성 종양이라고 하더라도, 완전 절제가 어려워 임상적으로 악성으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첫 번째로 성상세포종(astrocytoma)입니다. 성상세포종은 원발성 척수 내 종양 중 소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입니다. 대개 경추부나 경-흉추부 이행부위에 발생하고 40% 정도에서 수두증(hydrocephalus)을 동반합니다. 반면 성인에서 가장 흔한 척수 내 종양은 상의세포종(ependymoma)입니다. 상의세포종의 경우에는 대부분 조직학적으로 양성이며 종양의 경계 또한 척수와 어느 정도 있는 편이라 수술적 완전 제거가 수술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척수 내 종양에서 적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혈관모세포종(hemangioblastoma)입니다. 혈관모세포종은 von Hippel-Lindau 증후군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경우가 20% 정도 되며 어느 연령에서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종양은 종양과 척수와의 경계가 비교적 분명하기 때문에 수술적으로 완전 적출이 가능하지만, 수술 중 출혈이 많기 때문에 한 번에 전체를 제거(en-bloc resection) 해야 하며, 수술 전 미리 색전술을 통하여 종양의 공급 혈관(feeding vessel)을 차단하여 수술 중 과다 출혈의 위험성을 줄일 수가 있습니다. 사실 제가 위의 종양들을 설명하면서 수술 부분을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술이 쉬운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척수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게 신경들이 모여 있는 구조이며, 그 크기 또한 크지 않기 때문에 현미경을 보며 아주 조심스럽게 수술을 해야 합니다. 실제 경막 외 종양이나 경막 내 척수 외 종양의 경우에는 비교적 경계가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척수 내 종양에 비해서는 수술 기술 많이 어렵지 않고 수술의 신경 손상 위험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척수 내 종양의 경우에 척수의 표층에 존재하지 않는 한 척수 신경을 가르거나 박리를 하고 나서 종양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육안적으로 종양을 제거를 확실하게 했다 하더라도 종양의 미세 침윤이 있을 가능성이 있고, 신경 손상 위험성이 높아 전절제(total resection)를 못하고 종양을 남겨둔 경우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추가로 필요로 합니다. 만일 악성 종양의 경우라면 신경학적 결손과 악성 종양의 진행 사이에서 어떠한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지 결정하는 문제도 어렵습니다. 뇌종양을 포함하여 신경계통의 종양은 그 구조적 특성상 수술 자체가 상당히 어렵고 완치를 판단하는 것 자체도 어려운 일입니다. 어떠한 질환이든 조기에 발견하면 좀 더 완치에 가까운 치료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집 근처 병원 어디서든 당일에 MRI 검사를 할 수 있는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나라일 것입니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의료 기술이 발달한 만큼 조기에 이상 증세가 있으면 방치하지 마시고 조기에 진단을 받고 그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신경외과 척추전문의 502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