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뼈가 미끄러졌다!
안녕하세요. 올바르고 정확한 척추 질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신경외과 척추 전문의 502입니다. 오늘 주제인 척추 전방 전위증(spondylolisthesis)을 정하고 나니 군의관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의사들은 일반 병사들과 달리 장교 신분으로 입대를 하기에 약 3년간의 군복무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3년간 모든 군생활을 국군수도병원에서 했습니다. 당시 수술을 했던 원사님과 다른 직업 군인 한 분이 생각납니다. 생각이 바로 나는 이유는 수술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수술의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었기에 마음에 두고두고 짐으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드릴 척추 전방 전위증은 많은 척추 전문의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이 되고, 저도 척추측만증(scoliosis) 수술과 후두경추부 유합술(occipito-cervical fusion surgery)을 제외하고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수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척추 전방 전위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의 병명은 척추를 뜻하는 라틴어인 spondylo~와 미끄러짐을 의미하는 listhesis가 만나서 만들어졌습니다. 말 표현 그대로 척추뼈가 앞쪽으로 미끄러진, 이동된 질환이라는 뜻입니다. 전에 올렸던 글 중에서 "척추 분리증" 부분을 보면, 척추 분리증이 방치되면 척추 전방 전위증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드렸었습니다. 두 개의 연속된 위와 아래의 척추뼈가 있을 때 척추 사이의 서로 잡아주는 힘이 약해지면 위의 뼈가 앞으로 밀려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척추 후방 전위증도 있긴 하지만 후방으로 이동된 경우에는 척추의 해부학적 특성으로 어느 정도 질환이 진행되면 멈추게 됩니다. 척추 전방 전위증은 5가지의 분류가 있습니다. 그중에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중요한 세 가지만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설명드릴 것은 선천성 척추 전방 전위증(congenital type)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위의 척추뼈가 아래 척추뼈에 비해서 앞으로 밀려있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 후관절을 이루고 있는 아래 관절 돌기와 위관절 돌기가 정상적인 경우보다 길게 생겼습니다. 두 번째로는 협부형(isthmic type)입니다. 이것은 위쪽 척추뼈의 아래 관절 돌기(inferior articular process)의 협부(pars interarticularis)에 분리증이 있어 척추가 앞으로 계속 밀려나가려는 힘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퇴행성 전방 전위증(degenerative type)입니다. 이 형태는 후관절 자체의 관절염이 심해져서 관절이 느슨해져 위의 척추뼈가 앞으로 밀려나가는 경우입니다. 빈도상으로 보면 선천성은 흔하지 않은 형태이고, 협부형과 퇴행성 형태가 흔합니다. 협부형은 남자에서 좀 더 흔한 형태이며 척추 분리증이 선행되어 있는 형태로 처음에는 단순 척추 분리증만 있다가 관리가 안되거나, 외상이 있거나, 나이가 들면서 근육, 관절, 인대 기능이 저하되며 뼈가 점점 앞으로 밀려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퇴행성의 경우는 중년 여성에서 좀 더 흔합니다. 사실 퇴행성의 경우 아무리 관절이 미끄러진다고 하더라도 전방으로 전위가 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척추 전방 전위증은 전방으로 전위된 정도에 따라 4단계로 나누어집니다. 척추체를 4 분절로 나누어 아래 척추뼈에 비하여 위쪽 척추뼈가 미끄러진 정도가 1/4 이하인 경우를 1단계, 1/4 이상이며 1/2 이하인 경우를 2단계, 1/2 이상 3/4 이하인 경우 3단계, 그 이상을 4단계라고 합니다. 저는 척추학 교과서 상에서 3단계, 4단계의 척추 전방 전위증 사례는 보았지만, 실제 진료를 하며 3단계 이상의 전위증 사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증상이 너무 심해서 2단계 이상을 버티기 힘든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 척추 전방 전위증에서 증상은 어떠한 것들이 생길까요. 일단 척추뼈가 미끄러져 있기 때문에 허리 통증이 생기고, 후관절이 자극되어 골반이나 엉치 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뼈가 점점 미끄러지면 그 사이를 지나가는 요추 신경들이 눌리는 협착증이 되기 때문에 골반, 허벅지, 종아리, 발 등에 방사통이나 감각 이상, 심한 경우 근력 저하의 문제까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들이 있고 병원을 내원하여 검사를 하였는데 척추 전방 전위증으로 진단이 되었다면 아주 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선 약물과 주사로 증상 조절이 되는지 치료를 해 봅니다. 증상이 아주 잘 조절이 된다면 운동과 골다공증 관리를 통해 전위증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본인의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만일 약물과 주사로 증상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하게 됩니다. 수술은 신경 감압술과 척추 유합 수술 방법이 있는데, 신경 감압술이란 말 그대로 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주는 수술법이며, 유합 수술이라 함은 2개의 뼈를 인공뼈와 나사못을 이용하여 한 개의 통뼈로 만드는 수술법입니다. 두 가지 수술법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에는 몇 가지 요소를 고려하게 됩니다. 우선 첫 번째로 불안정성(instability) 유무입니다. 측면에서 굴곡(flexion) 시 x-ray와 신전(extension) 시 x-ray를 찍어 비교해서 해당 분절이 허리를 굽힐 때 더 앞으로 미끄러진다면 이는 불안정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 신경 감압술만 했을 경우 요통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척추 유합 수술을 선택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추간공 협착증 유무입니다. 단순 추간공 협착증이 있는 상태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후관절을 제거하거나, 척추뼈 사이 간격을 벌려 주거나, 혹은 신경 주변의 후관절 일부를 깎아내어 추간공을 확장시켜 주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척추 전방 전위증에서 생기는 추간공 협착증의 경우 섣불리 후관절 일부를 깎아내는 치료를 하는 경우 불안정성을 조장하여 더 극심한 통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전방 전위증에서 중심관 협착증이 없이 추간공 협착증이 존재하는 경우는 환자와 충분한 상의 하여 추간공 확장술만 해주고 요통이 심하면 척추 유합 수술을 추가로 해주는 방법으로 할지, 아니면 바로 척추 유합 수술을 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을 해야 합니다. 오늘은 척추 질환에서 척추 전방 전위증이란 무엇인지와 이것의 치료 방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신경외과 척추전문의 502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