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가 주저앉았다?
안녕하세요. 올바르고 정확한 척추 질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신경외과 척추전문의 502입니다. 고령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빨라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노인 질환의 증가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노인 인구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 중이 하나인 척추 압박 골절(vertebral compression fracture, VCF)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골절이란 무엇인지 아시나요? 진료를 하다가 보면 "아니, 다른 병원에서는 금이 갔다고 하는데 왜 골절이 됐다고 하시나요? 그럼 내 척추뼈가 부러졌다는 말입니까?"라는 당황스러운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뼈의 연속성이 끊어진 상태는 모두 골절(fracture)을 의미합니다. 단지 "금이 갔다"라고 표현을 하는 것은 선상 골절(linear fracture)을 의미하는 것이고, 조각조각 골절이 된 경우에는 분쇄 골절(comminuted fracture)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모두 똑같은 골절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뼈의 연속성이 없어진 것은 모두 골절을 의미합니다. 그럼 압박 골절이란 무엇일까요? 글자 그대로 압박되어 골절이 된 것입니다. 팔, 다리의 뼈처럼 긴 뼈들을 장골(long bone)이라고 합니다. 장골의 골절은 대개 선상 골절이 많으며, 좀 더 강한 외력이 있는 경우에는 골절이 되면서 뼈가 어긋나는 경우(dislocation), 그리고 골절 부위가 분쇄되는 분쇄 골절도 있습니다. 그러나 척추뼈와 같은 경우에는 추락이나 심각한 교통사고처럼 아주 강력한 외력에 의한 경우가 아니고는 골절이 되며 뼈가 어긋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개는 위아래의 압력으로 인해 척추뼈가 눌리는 척추 압박 골절, 압박이 너무 강하면서 뼈의 일부 조각이 뒤로 밀려나가는 방출성 골절이 발생됩니다. 한 가지만 더 설명하고 넘어가자면 일반적으로 뼈는 내부의 스펀지와 같은 해면골(cancellous bone)과 이 해면골을 둘러싸고 있는 단단한 껍질에 해당하는 피질골(cortical bone)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늘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이 척추뼈에 위아래에서 압력이 가해지는, 즉 굴곡력(flexion force)에 의하여 발생하는 압박 골절입니다. 압박 골절은 단순하게 뼈가 압박을 받아 눌리면서 생기는 것으로 원래 척추뼈의 높이에 비해 납작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피질골을 상하게 할 만한 외력이 작용하여 피질골 골절이 생기면 뼈 내부의 해면골은 지탱하는 힘이 약하기에 뼈가 주저앉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나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에는 이러한 골절이 잘생기게 됩니다. 진료를 해보면 골다공증이 없는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환자분들은 추락, 또는 기계에 의하여 손상을 받는 경우, 혹은 교통사고와 같이 강한 외력에 의하여 압박 골절이 생깁니다. 그러나 고령의 골다공증이 있는 분들은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심지어는 바닥에 본인 의지로 털썩 앉을 때나 심한 기침을 할 때조차 골절이 생기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허리 통증이 3일 이상 지속되는 분들 중에 이러한 정황이 있는 경우에는 저는 꼭 압박 골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를 합니다. 압박 골절이 생기면 일단 우리 몸의 축이 되는 척추뼈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가만히 누워있거나, 가만히 앉아있는 것 이외의 활동을 할 때 통증이 생깁니다. 즉, 가만히 있는 것 외에 무엇을 해도 아프다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 병원에서 x-ray를 찍으면 놓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왜냐면 골절이 생겼지만 압박되는 정도가 적은 경우에는 초기에 x-ray로 발견하기가 어렵고, 고령인 경우에는 퇴행성 변화에 따른 뼈의 눌림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럼 CT 검사를 하면 될까요? 안타깝게도 CT상에서 조차 진단이 안 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가장 정확한 진단은 골절 진단용 MRI 검사 혹은 PET CT 검사를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PET CT 검사 장비는 대학 병원급의 대형 병원에만 있기 때문에 보아 편리하게 정확한 골절 진단을 위해서라면 MRI 검사가 가능한 곳에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그러니 혹시나 의원이나 병원에서 x-ray 검사 후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다른 병원에서 CT 혹은 MRI 검사 후 골절 진단을 받았다 해도 그전의 병원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x-ray 만 가지고 진단할 수 있다면 왜 CT, MRI 같은 검사들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렇지요? 압박 골절이라고 진단이 되면 다음으로는 골밀도 검사를 하게 됩니다. 즉 내 뼈가 얼마나 단단한지 검사를 해 보는 것입니다. 골밀도 검사를 통하여 골다공증이 있는지 없는지, 골다공증이 있다면 얼마나 심한지 체크를 합니다. 골다공증이 없으며 뼈의 압박률도 심하지 않다면 대개 보조기 착용을 하고 진통제 복용이나 주사 치료등을 하며 통증이 호전되기를 기다립니다. 통증이 너무 심하거나 조기 회복을 위해서는 척추 시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골다공증이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나라 의료 보험 기준은 명확합니다. 압박 골절이 있는 경우, 골밀도 검사를 해서 골다공증이 있어야 하며, 2주간의 보조기 착용 및 안정, 진통제, 진통 주사등의 처방에도 지속되는 통증이 있는 경우 척추 시술을 한다라는 것입니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만 80세 이상의 고령인 경우, 울혈성 심부전이 동반된 경우,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 경우, 조절되지 않는 당뇨가 있는 경우 등입니다. 전에 다른 글에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 보험 기준이 절대적 의료의 기준은 아닙니다. 잠깐만 생각해 보면 만 79세 12개월 된 환자와 만 80세가 막 지난 환자와 무슨 큰 차이가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나라 보험 기준은 최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근감소증(sarcopenia)에 대한 고려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척추 골절 시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안정을 강조하던 과거의 치료 개념은 근육 감소를 유발하여 추후 재활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사실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는 대부분이 고령이신 분들이 많기에 장기간의 침상 안정 시 근육 소모가 훨씬 심하고, 이런 분들은 고관절이나 슬관절의 동반 질환들이 있는 경우들이 많아 추후 재활 자체가 어려운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폐렴이나 요로계 감염, 욕창, 그리고 섬망 등의 증세가 쉽게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에 적극적 치료를 고려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래서 최근의 추세는, 특히 대학 병원이 아닌 척추 전문 병원에서는 압박 골절에 대하여 조기에 치료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대는 변해갑니다. 요즘의 치료 개념은 과거의 교과서에 나오는 상황과 다르고 보험 기준에 따르는 것 자체가 어쩌면 부적절한 치료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 신경외과 척추전문의 502였습니다.